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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폭음 후 돌연사 '휴일 심장 증후군' 주의... "급성 부정맥 위험"
연말연시 잦은 술자리 이후 발생하는 가슴 두근거림은 단순한 숙취가 아닌 심장의 이상 신호일 수 있다. 평소 심장 질환이 없던 건강한 사람이라도 단 한 번의 폭음으로 인해 급성 부정맥이 발생하는 이른바 '휴일 심장 증후군(Holiday Heart Syndrome)'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장내과 장영우 교수(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는 "국내 연구결과에서도 휴일이나 월요일에 심정지 환자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의 과도한 음주에 경각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기저 질환 없는 젊은 층도 폭음 후 '심방세동' 위험
국내외 임상 현장에서는 음주와 심장 질환 사이의 밀접한 상관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된 연구를 통해 폭음과 부정맥의 인과관계가 정립되었으며, 이는 오늘날까지도 연휴 직후 주의해야 할 주요 증상으로 다뤄진다.
장영우 교수는 "휴일(연휴) 심장증후군이란 1970대 말 미국에서 연휴·주말 후 응급실에 두근거림, 심방세동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주기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는데, 환자들이 다음날 쉴 수 있다는 생각에 폭음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현장에서 휴가 직후나 연말에 심장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었다고 체감할 정도는 아니지만 실제로 음주 다음 날 두근거리는 증상으로 응급실이나 외래를 찾는 환자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이 심장 전기 신호 교란 및 전해질 불균형 유발
알코올은 심장의 정상적인 박동을 유지하는 전기 회로를 교란해 신체 조절 기능을 상실시킨다. 장영우 교수는 "폭음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부정맥, 특히 심방세동인데 음주 후 두근거림이 주 증상"이라며,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음주로 인한 이뇨 작용으로 저칼륨혈증, 저마그네슘혈증으로 심방세동이 유발된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최근 연구에 의하면 하루 맥주 1병, 소주 1잔 정도의 많지 않은 양의 음주로도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음주량이 늘어날수록 심방세동의 위험도도 비례하여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특이한 점은 과음 직후가 아니라 알코올의 급성효과가 사라진 다음 날 두근거림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단순 빈맥과 부정맥 구분법.. 응급 신호는?
음주 후 맥박이 빨라지는 빈맥 증상은 흔히 나타나지만, 이것이 치료가 필요한 '병적 부정맥'인지는 자가 진단으로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단순히 맥박이 빠른 것을 넘어 불규칙하거나 평소와 다른 신체적 이상이 동반된다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위험 신호일 수 있다.
장영우 교수는 "맥박을 짚었을 때 일정하게 빨리 뛴다면 일시적인 빈맥 가능성이 높고, 불규칙하게 느껴진다면 부정맥 가능성이 높다. 가슴이 덜컹거리거나 건너뛴다는 느낌도 부정맥의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지럼증, 실신, 흉통, 숨이 차거나 식은땀이 나는 증상을 호소한다면 위험할 수 있어 바로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방치 시 뇌경색·심부전 초래... 음주 후 사우나는 '독'
음주로 인한 일시적인 심방세동이나 심기능 저하는 휴식을 취하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반복되면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음주 다음날 사우나를 가거나 무리하게 운동하는 습관은 심장에 부담을 가중시킨다.
장영우 교수는 "폭음이 반복되면 심방세동이 만성화되어 뇌경색, 심부전의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알코올이 독소로 작용해 심장 기능 저하가 비가역적으로 발생하는 알코올성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고, 장기간 과도한 음주로 심기능이 저하되면 심정지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장 교수는 "음주 다음 날은 알코올로 인한 이뇨 작용으로 탈수가 생기는데, 억지로 땀을 빼는 습관은 탈수를 더 심화시키고, 여기에 냉온탕을 반복하면 혈관이 단시간에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심장에 무리를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연말연시 술자리를 피할 수 없다면 소량을 천천히 마시고, 다음날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취할 것"을 조언하며, 특히 음주 후 두근거림이 나타나면 진료를 받아볼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