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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고혈압, 일시적 증상 아닐수도..."방치하면 심부전·치매 부른다"


고혈압은 음주, 흡연율이 더 높은 남성에게 더 흔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질병 관리청 공식 학술지 '주간 건강과 질병(Public Health Weekly Report)'의 2022년 연령별 고혈압 유병률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 유병률이 가장 높은 집단은 70세 이상 여성(71.9%) 이었다.

더 주목할 점은 여성 고혈압 유병률의 급격한 상승 시기다. 40대 여성의 유병률은 11.2%에 불과하지만, 60대가 되면 44.5%로 4배 이상 치솟는다. 같은 기간 남성 40대 28.7%, 60대 63.6%와 비교했을 때 여성은 50대 갱년기를 거치며 고혈압에 취약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혈압은 방치하면 심뇌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초기에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순환기내과 김학령 교수(서울대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와 함께 갱년기 고혈압의 원인과 증상에 대해 알아보고, 치료법과 예방법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갱년기 고혈압, 혈관 보호막 '에스트로겐' 감소가 원인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이 반복 확인될 때 진단하는 질환이다. 갱년기 여성에게 고혈압이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감소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은 혈관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유지해 혈압 상승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폐경(완경) 이후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이러한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혈관이 쉽게 수축해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동맥 경직도'의 증가다. 동맥 경직도란 혈관이 얼마나 딱딱하고 유연성을 잃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폐경 이후 여성은 이 수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혈관이 딱딱해지면서 심장이 혈액을 보낼 때 더 큰 압력이 필요해 수축기 압력이 크게 오르게 된다.

김학령 교수는 "특히 폐경 이후에는 체지방 분포가 피하지방 중심에서 내장지방 중심으로 변한다"며 "내장지방이 늘어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만성 염증이 발생하며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된다. 이 모든 변화가 혈압 상승을 촉진한다"고 덧붙였다.

40대 이전 여성들은 저혈압 증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아, 갱년기 이후 혈압이 오르더라도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여기고 넘어가기 쉽다. 하지만 이 시기의 혈압 상승은 단순히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신체의 근본적인 변화로 인한 만성 질환의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혈압 높다면…갱년기 증상 아닌 '고혈압'
갱년기 이후 고혈압 증상은 일반 고혈압과 다르지 않다. 다만 갱년기로 인한 일시적 혈압 상승과 실제 고혈압은 구분할 수 있다.

갱년기 증상은 안면홍조, 발한, 두근거림, 수면장애, 불안, 두통, 소화불량, 어지럼증 등 비특이적이고 다양한 자율신경계 증상이 한꺼번에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 자체가 스트레스 반응과 교감신경 항진을 유발해 혈압을 일시적으로 올릴 수 있다. 또한 갱년기 증상은 나타났다 사라지는 변동성이 크고 하루 중에도 강도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증상이 심한 시기에 혈압이 함께 상승했다가 증상이 가라앉으면 혈압도 내려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김학령 교수는 "고혈압은 증상 유무와 무관하게, 안정된 상태에서 반복 측정한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며 "안면홍조나 발한 같은 갱년기 증상이 전혀 없는 편안한 상태에서도 혈압이 반복적으로 140/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혈압이 아주 높거나 급격히 상승한 경우를 제외하면 고혈압 자체로 인한 뚜렷한 자각 증상은 거의 없다. 다만, 갱년기 증상이 있다고 해서 혈압 상승을 단순히 갱년기 증상으로만 해석해 간과하지 않도록, 가정 혈압 측정 등으로 일정 기간 객관적으로 혈압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심부전부터 치매까지…여성에게 더 위험한 합병증은?
고혈압은 남녀 모두에게 심뇌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지만, 폐경 후 고령 여성이 더 주의해야 할 합병증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좌심실 박출률 보존 심부전'이다. 고혈압이 장기간 지속되면 좌심실 근육이 두꺼워지고 굳어지면서 혈액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호흡곤란, 운동 시 숨참, 부종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좌심실 근육이 두꺼워지는 형태로 변하기 쉽고, 나이가 들면서 혈관이 딱딱해지는 정도가 더 심해 좌심실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진다.

또한 고혈압 지속 시 뇌의 미세혈관에 과도한 압력이 전달되어 백질병변, 미세출혈, 작은 뇌경색 등이 누적된다. 그 결과 보행 장애, 우울 증상, 인지 기능 저하, 치매,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특히 고령 여성은 폐경 후 혈관 보호 효과가 사라지고 수축기 혈압과 혈관 경직도가 크게 증가해 뇌 소혈관 손상 위험이 높다.

김학령 교수는 "망막병증과 신장 손상 같은 미세혈관 합병증은 혈압 수치, 유병 기간, 야간 혈압, 혈압 변동성은 물론 당뇨, 만성콩팥병 등 동반 질환에 크게 영향을 받고,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연구마다 다르다"며 "다만 임상 현장에서는 여성 고혈압이 갱년기 증상과 겹쳐 진단이 늦어지거나, 치료 강도가 충분히 높아지지 않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이럴 경우 합병증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기 발견과 생활 습관 개선…뇌 건강 지키는 첫걸음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면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꾸준한 치료가 필수다. 특히 가족 중 고혈압이나 심뇌혈관 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다면 더욱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갱년기 여성의 고혈압 관리법은 일반 고혈압 관리 원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생활 습관 개선'이며, 이를 통해 혈압을 낮추고 심뇌혈관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김학령 교수는 "특히 '염분 섭취'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며 "한국인 평균 염분 섭취량은 매우 높은 편이다. 찌개, 국, 라면 등 국물 음식, 젓갈류, 장아찌, 가공식품에서 소금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물은 가능한 남기고,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며, 조리 시 간을 싱겁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운동도 매우 효과적이다. 유산소 운동을 중심으로 하되 근력 운동을 주 2회 정도 병행하면 혈압 강하와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갱년기 이후 증가하기 쉬운 내장지방은 혈압을 올리는 요인이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갱년기에는 스트레스, 불면, 야간 발한 등으로 혈압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고, 카페인과 음주를 줄이며,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이런 생활 습관 개선을 충분히 시행했음에도 혈압이 반복적으로 높게 유지된다면, 의사의 판단에 따라 항고혈압 약물치료를 시작하거나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폐경 호르몬 치료는 혈압을 낮추기 위한 치료가 아니라 갱년기 증상 개선이 주된 목적이다"며 "개인의 심뇌혈관 위험도에 따라 득실이 달라질 수 있어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 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